그리스·러시아·리비아·아르헨티나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 높아져

그리스·러시아·리비아·아르헨티나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 높아져: 일부 국가 이미 피해사례 속출… “수출기업 주의해야”; 2015.03.27 17:41 입력

주간무역 wtrade07@gmail.com

일부 국가 이미 피해사례 속출… “수출기업 주의해야”
 
지구촌 곳곳에서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로부터 수출대금 미회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러시아, 리비아, 아르헨티나가 특히 그렇다. 이미 피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출업체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KOTRA는 이들 나라와의 거래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당부하면서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무역보험을 이용하거나 선수금을 확보하고 대금수금 이후에 선적서류를 송부하는 등의 안전판을 마련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유동성 위기 겪는 그리스 = 그리스는 EU 채권단의 구조조정안에 불복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 위기로 인해 투자 위축과 외환 유출 사태를 겪으며 그리스의 금융 사정은 날로 악화되고 있다. KOTRA는 “그리스에서 바이어의 재무상태 악화로 인해 수출을 하고도 결제대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여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 아직 ‘뱅크런’ 사태까지 일어나진 않고 있지만 부실채권 증가 등이 문제가 되면서 여전히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해 5% 이하였던 그리스의 3년물 국채 수익률이 거의 20%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현지 바이어의 유동성 또한 악화되어 대금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KOTRA 아테네무역관은 최근 선박기자재를 수출하는 부산 소재의 중소기업에서 1년이 지나도록 그리스 바이어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바이어는 부품을 소량주문한 후 그동안 대금지급을 수차례 미뤄왔다.
 KOTRA는 “그리스 사법구조 특성상 법원을 통한 해결은 실효성이 없다”며 “무역보험에 가입하거나 30~50%의 선수금을 확보하거나, 대금 수금을 확인한 뒤에 선적서류를 송부하는 식으로 미수금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량 바이어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커뮤니티(<a href="http://cafe.naver.com/kohellas">http://cafe.naver.com/kohellas</a>)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피해 최소화를 위해 그리스 진출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활용할 것”을 당부했다.
 
▶환율 때문에 우는 러시아 =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데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경제난에 처한 러시아는 루블화의 대 달러환율 급등으로 바이어들이 대금지급을 미루거나 기존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회사인 A사는 지난해 연말 러시아 바이어와 수출 계약을 맺은 뒤 선수금 30만 달러를 받았다. 계약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해 선적을 앞둔 상황에서 러시아 바이어는 '환율이 너무 뛰어 거래가 어렵게 됐다'면서 30만 달러의 선수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기업은 앞서 다른 러시아 바이어와도 공급 계약을 했지만 제품을 선적한 뒤 바이어가 루블화 가치 폭락을 이유로 대금 지급을 미뤄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었다.
 유사한 사례는 많다. 부엌용품을 만들어 파는 B사는 지난해 10월 선적한 대금 11만 달러 중 4만 달러를 현재까지 받지 못했고 축산용품을 거래하는 C사는 바이어로부터 지난해 11월 받아야 할 금액의 절반을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수출기업 D사는 지난해 12월 바이어로부터 유로화 대신 원화나 위안화로 결제하게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KOTRA 모스크바무역관은 “한국기업들의 수출미수금 관련 상담이 크게 늘었다”며 현재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송금 제한하는 리비아 = 리비아는 중앙은행의 해외송금 제한 조치로 수입대금 결제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리비아 중앙은행은 원유수출 감소 및 유가하락에 따른 국가재정 악화에 따라 지난 1월부터 L/C 개설, 수입대금 해외송금 등을 대부분 제한해 왔으며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14년 말경에 오픈된 L/C 대금이 현재까지도 보류·지연되고 있어 한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리비아 중앙은행은 지난해 허위 L/C로 수입대금을 지급한 사례를 조사 중인데, 이 조사가 완료돼야 해외송금 제한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OTRA 트리폴리무역관은 “L/C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바이어나 신용장 개설은행을 접촉, 해외송금을 요청하고 있으나, 모두 중앙은행의 승인만을 기다리는 상황이며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답변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폴리무역관은 3월 들어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의료품 및 식료품에 한해서 건별로 해외송금 승인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환통제 더 강화한 아르헨티나 = 지난 2월 4일 기술적인 문제로 수입업자에 대한 환전을 중단했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며칠 뒤 환전을 재개했으나 이미 화물선적 및 산업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 이 때 약 3억6000만 달러의 외환거래가 막혔고 6000개의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여행업계와 자동차‧전자 등 제조기업은 최근 달러화 부족 심화를 호소하며 조업중단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2월 9일 중앙은행 총재가 나서서 단계적인 환전금액 확대를 약속했으나 이튿날 이를 뒤집었다. 그동안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아야 했던 수입대금 지불(송금액) 금액 기준을 기존 1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낮춘 것이다.
 중앙은행은 이번 조치가 수입금액을 분할해 기존의 승인기준액(15만 달러) 이하로 낮춘 거래조작 행위가 다수 적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은행으로부터 승인된 신용장의 사용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월 10일부터 은행은 개설된 모든 신용장을 기업명, 기간, 총액 등을 표시해 중앙은행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런 조치는 가뜩이나 위축된 수입시장에 천물을 끼얹는 조치가 됐다. 가장 많이 타격을 입은 곳은 자동차 시장과 소비재시장이다. 아르헨티나의 자동차 수입은 지난해 전년대비 40% 감소했다.
 
김영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