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USMCA 무색한 미·캐 통상분쟁

[세계는 지금] USMCA 무색한 미·캐 통상분쟁: 2020.08.13 17:09 입력

김영채 기자 wtrade07@gmail.com

협정 발효 한 달여 만에 관세 부과한 미국캐나다 “보복관세” 반발… 미 업계도 의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발효된 지 한 달여 만에 미국이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철폐는 USMCA 협상의 주요 유인이었기에 3국 간 관세장벽을 낮추기 위한 새 협정의 의미가 무색해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미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하이오주 클라이드 소재 월풀 공장을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앞서 오늘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관세를 재부과함으로써 미국 산업을 보호하는 포고령(proclamation)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고령은 미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따른 것이며, 포고령에 따르면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대한 10%의 관세는 8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이어 “캐나다는 평소처럼 우리에게서 이득을 취했다”며 “알루미늄 비즈니스가 캐나다에 의해 떼죽음(decrimated)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를 두고 “우리 일자리와 우리의 위대한 알루미늄 노동자들에게 매우 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USMCA의 일환으로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없앴지만, 여기에는 미국의 알루미늄 일자리를 빼앗지 않는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 알루미늄 생산자들이 그 약속을 어겼다”며 미국의 산업을 지키기 위해 관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6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포고령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장관이 제출한 정보를 근거로, 나는 캐나다산 알루미늄이 우리 국가안보에 제기하는 위협에 관해 효과적인 대체 수단들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따라서 나는 캐나다산 알루미늄 수입품에 10% 관세를 재부과하는 것이 필요하며 적절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정작 미국 알루미늄 업계는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관세를 재부과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지난 6월 미 알루미늄협회의 톱 도빈스 회장은 “USMCA를 현실화하기 위해 그 모든 노력을 기울인 이후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또는 쿼터를 재부과해 퇴보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협회에 따르면 캐나다산 알루미늄 수입은 2∼3월 큰 폭으로 증가했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5∼6월에는 2.6% 감소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5월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캐나다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이를 사실상 전 세계 국가로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5월 공화당 소속의원들이 관세 때문에 USMCA가 하원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서면서,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폐기했었다.   캐나다 또한 케첩, 커피, 딸기잼, 위스키 등 미국 제품 수백개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했었지만, USMCA에 합의하면서 관세 부과를 취소했었다. 이후 협상을 통해 체결된 USMCA는 지난 7월 1일부터 발효됐으며 북미 무역에 안정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됐었다.    <table id="news_image" class="center" width="700" align="center"><tbody><tr><td><img src="http://www.weeklytrade.co.kr/PEG/15973059511957.jpg" width="700" align="absmiddle"><div id="news_caption" class="">▲
외교부 장관 출신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가 8월 7일 기자회견에서 커피 한 잔을 들며 여유롭게 웃고 있다. 이날 그는 미국의 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대한 36억 캐나다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토론토=AP/뉴시스)</div></td></tr></tbody></table>   ●“우리는 소비재에도” 보복관세 부과한 캐나다 = 한편, 미국의 관세 부과 선언에 캐나다 측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국과 동일한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튿날인 8월 7일,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는 미국 수입품에 36억 캐나다달러(26억9000만 달러, 약 3조1890억 원)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셰 랜더 콩코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의 관세는 캐나다 알루미늄 생산업체에 타격을 주겠지만, 캐나다인들은 알루미늄 원료를 직접 소비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관세부과 품목과 달리 36억 캐나다달러의 보복관세 품목에는 소비재가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냉장고, 세탁기, 자전거, 삼각대, 골프채, 배트나 하키 스틱 같은 스포츠 장비, 음료용 알루미늄 캔 등 수십 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의 마크 애그뉴 국제정책 수석 이사는 “이 상품들은 이제 10% 더 비싸질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이들의 돈주머니가 이미 쥐어짜이고 있기 때문에, 당신들(기업)은 이 문제를 받아들이고 동시에 10%의 추가 관세를 더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 “코로나19 사태 속 관세 전쟁 우려” = 한편, 이 소식을 전한 캐나다 현지언론 <글로벌뉴스>는 팬데믹 기간에 관세를 다시 부과하는 것이 이미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의 경제적 충격으로 휘청거리는 기업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이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미국 비즈니스 협의회의 스코티 그린우드 회장은 “불행히도, 팬데믹은 아직 우리의 시야에 있지 않다”며 “인도적, 보건적 위기도 있고, 앞으로 닥칠 경제 재앙도 있기에 이 방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관세 조치를 비판했다. 또 관세 조치가 물건을 더 비싸게 만들고 제품 원산지 확인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토론토대학 로트만 비즈니스 스쿨의 데이빗 소버맨 교수는 이와 같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절대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기업들이 생존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세계적인 유행병 확산 기간에 “더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조업체들이 인위적으로 비용을 인상하는 순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경쟁과 생존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 소버맨 교수는 미국의 캐나다산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 낙관하기도 했다. 이번 관세 부과가 11월 대선을 앞둔 정치적 행보라는 것이다. 그는 “캐나다와 미국의 무역관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과 달리 이는 현 정부가 스스로를 강경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상징적 제스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