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통상정책, ‘트럼프플러스알파’일 것”

“바이든 통상정책, ‘트럼프플러스알파’일 것”: 2021.02.19 10:11 입력

민유정 기자 07yj28@kita.net

<font size="3"><b>무협 ‘미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통상협력 방향 토론회’<br>미국 보호무역주의 계속 전망… 한미 ‘윈-윈’ 관계 강조해야</b><br></font><div><br></div><div><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ww.weeklytrade.co.kr/PEG/16136966825810.jpg"><div id="news_caption">▲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br></div></td></tr></tbody></table><br></div><font size="3">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이 훼손되고 미중 패권 전쟁 등 통상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며 세계가 혼란을 겪는 가운데 지난 1월 미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미국이 돌아왔다”고 언명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다자체제를 지향하는 통상정책을 펴며 미국의 대내외적 리더십 회복을 위해 힘쓸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미국 내 경제 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외적 사안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br><br>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월 16일 ‘미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통상협력 방향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법무법인 광장의 박태호 국제통상연구원장이 사회자로 나서 최용민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까지 네 명의 전문가가 의견을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보호무역기조를 유지하면서 대중국 강경책, 노동·환경을 강조하는 무역정책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며, 앞으로의 한미 통상 협력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br><br>토론회를 시작하며 박태오 원장은 “GDP 총액 10~12위, 수출 규모 세계 7위에 오르는 등 대한민국이 세계 커뮤니티에서 중견국가가 됐다”며 “통상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다시 짜고, 기업들도 이에 입각해 능동적으로 글로벌 전략을 수립·이행할 것”을 강조했다. 또, “현재 위기 국면은 언젠가 끝난다”면서 “위기가 끝나고 올 기회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해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br></font><div><br></div><div><table width="7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700" align="absmiddle" src="http://www.weeklytrade.co.kr/PEG/16136967754329.jpg"><div id="news_caption">▲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월 16일 ‘미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통상협력 방향 토론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제공]</div></td></tr></tbody></table><br></div><font size="3">◇한미 ‘윈-윈’ 관계라고 적극 설명해야 = 먼저 최용민 원장은 “한 나라의 무역 관계와 통상정책을 이야기할 때는 정치적 측면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고,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다룰 때도 이러한 느낌이 강하다”면서도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교역 내용을 봐야 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는 반도체와 SSD가 큰 역할을 했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했으며, SSD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수출이 늘었다. 두 품목은 미국의 디지털 기반을 마련하는 데 핵심이 되는 품목으로, 한국은 수출로써 미국의 디지털 산업을 지원한 셈이다. 다시 말해 ‘수입 증가가 미국의 일자리를 앗아간다’는 미국의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br><br>반면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6% 정도가 감소했다. 그 와중에도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은 40%가량 늘었다. 한국도 반도체 강국이 된 데에 미국의 협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자동차 수출도 늘었다. 내연기관용 자동차를 친환경 자동차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힘입어 많은 수의 자동차가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자동차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억2000만 달러의 대미 적자를 기록했다.<br><br>이와 관련해 최 원장은 “한국과 미국은 무역에 있어 수지 개념의 승패가 아니라 호혜적인 구조가 나타난다”며 “미국을 설득할 때 이를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액 등에 중점을 두고 단순논리를 펼칠 것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혁신지향적으로 양국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어필한다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br><br>철강·알루미늄 232조 조치도 비슷한 맥락으로 철회를 요청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맹이란 ‘생존을 같이’하는 것인데 안보 이슈를 들며 한국에 232조와 같은 과도한 보호무역조치를 취하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는 점을 잘 어필해야 한다.<br><br>최 원장은 “한국과 미국 사이 무역이 상호 호혜적인 만큼, 양국 무역이 줄어들면 산업 발전과 혁신에도 방해가 될 수 있으며, 증가하는 무역구제조치와 232조는 시장 경제를 잘 이행하고 있는 현재 수준에 맞지 않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br><br>◇바이든, 통상 부문에선 ‘트럼프플러스알파’ = 정인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정책은 시간이 지나며 더 구체화되겠지만 현재까지 흐름을 보면 ‘트럼프플러스알파’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펼친 거친 통상정책이 바이든 행정부를 거치며 없어질 가능성은 극히 작다”고 봤다. 바이든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부터 부드럽고 점잖은 모습을 보여 왔으나 적어도 통상정책에 있어서는 트럼프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br><br>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일주일 동안 약 40개에 달하는 행정명령·지시에 서명했다. 그 중 통상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은 단 1개,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정책 대부분이 ‘트럼프 지우기’ 성격을 띤 반면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앞으로 대중국 정책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와의 관계에서 극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할 것임을 내비친다. 정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도 ‘적어도 통상정책에 관한 한은’ 과거의 미국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br><br>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살펴보면 한국 철강 산업은 미국 232조의 희생양이 됐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한미 관계를 이야기할 때는 한-미 FTA가 기본적으로 고려돼야 하는데, 232조와 관련해서는 한-미 FTA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고 생각된다”며 “우리 정부는 한-미 FTA에 기반해 철강 쿼터 문제를 해결할 것을 미국에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br><br>또한 “미중 간 디커플링이 강화되면서 양국은 분명 한국이 어느 한 쪽으로 줄을 설 것을 요구할 텐데 지금까지는 중간에서 잘 버텼으나 앞으로는 어려울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국내에서 일정 부분 낙관론이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상황이 순탄치만은 않다. 민주당 특성상 보호무역을 주장하는 노동자 그룹과 가까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염두에 둘 사안이다. 추가로 미국이 환경 등 부문에 강경책을 펼칠 것으로 점쳐지는 바, 한국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들은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큰 그림을 보고 의사결정 해야 한다.<br><br>◇바이든 “동맹중심” 외쳤으나 통상환경 밝지만은 않아 = 지난 4년간 미국이 트럼피즘으로 대변되는 정책을 펴면서 전 세계 통상환경이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아메리카 이즈 백’을 외치며 보다 안정적인 통상환경을 조성할 거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정철 위원은 “그러나 바이든이 주장하는 ‘동맹중심 원칙’이 우리에게 좋은 쪽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동맹중심 원칙이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그저 잘해줄 것이란 의미가 아니란 소리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들을 활용하겠다는 정도로 보는 것이 좀 더 바람직하다. 미중 경쟁 또한 기술 패권, 안보와 직결된 만큼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WTO 개혁 논의도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br><br>바이든 정부는 미국 내 경제재건, 코로나19 대응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통상정책이 바이든 정부에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비춰졌을 수 있지만 정 위원은 “글로벌 통상환경을 미국에 유리하게 만들지 않고는 경제재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며 “바이든 정부는 통상정책을 나중으로 미뤄둘 여건이 안 된다”고 분석했다.<br><br>철강 232조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 FTA를 개정·폐지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개정 협상과 같은 테이블에서 232조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며 “당시로선 70% 수준의 쿼터를 받아들이는 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이제 232조뿐 아니라 트럼프 정부 때 이뤄진 비상식적인 조치를 풀어야 할 때”라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미국 탄소정책, EU 탄소발자국 정보공개 의무화 등에 발맞춰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일부 미흡한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통상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걸쳐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br></font><div><br></div><div><table width="500" align="center" class="center" id="news_image"><tbody><tr><td><img width="500" align="absmiddle" src="http://www.weeklytrade.co.kr/PEG/16136968207442.jpg"><div id="news_caption">▲전문가들은 바이든 시대에도 WTO 개혁 논의도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한국무역신문 DB]<br></div></td></tr></tbody></table><br></div><font size="3">◇WTO 개혁, 우리 기업과 먼 ‘정부의 일’ 아냐 = 안 교수는 앞선 연사들의 말에 공감을 나타낸 후, WTO 개혁에 대해 덧붙여 설명했다. 그는 “일부 우리 산업계는 WTO와 관련해 ‘잘 모르는 문제’라고 단정 짓고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 기업이 무역에서 불합리한 일을 겪을 때 WTO 소송을 통해 바꿔놓고 고쳐놓은 것이 쌓여 지금의 무역환경이 된 것”이라고 WTO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WTO가 없다면 주력시장에서 생기는 문제를 완전히 자구책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고도 덧붙였다.<br><br>미국 민주당의 전통적인 성격을 고려했을 때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가 강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WTO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무역법원에 소송을 거는 등 자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텐데 비용이 많이 들어 우리 중소기업에게는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또, 바이든이 다자체제를 지향한다고 밝혔으나 WTO 체제를 빨리 복원할지는 의문이다. WTO가 중국이 미국보다 기구분담금을 더 많이 내는 유일한 국제기구인 만큼, WTO를 정상화할 경우 중국이 가장 큰 수혜자가 되는 모순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점도 미국이 WTO 복원을 늦추는 이유 중 하나다.<br><br>안 교수는 “한국이 세계 통상체제에서 위상과 지위가 어느 정도 선두에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WTO 체제를 복원시키는 데 더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분명하다”며 “산업계도 정부에 더 강력히 의사를 전달하고, 정부도 국제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계속해서 조성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br></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