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 ‘자물쇠효과’ 전망… 보완·틈새시장 공략 유리

디지털 헬스 ‘자물쇠효과’ 전망… 보완·틈새시장 공략 유리: KOTRA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산업동향 및 진출전략’ 보고서; 2021.04.16 09:30 입력

민유정 기자 07yj28@kita.net

비대면 진료 경험 의사 92% “팬데믹 이후에도 원격진료 계속” 만성질환·실버산업 관련 분야 유망·ICBM 등 신기술 활용 유리 전 세계가 유례없는 팬데믹 사태를 겪은 지 1년이 넘어가는 지금, 각국이 전염병 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이동 제한 조치를 시행하며 생활 전반에 ‘뉴노멀’이 자리 잡았다. 이동 제한에 따라 원격근무와 온라인 교육으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졌고, 대부분의 의료 역량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되면서 만성질환자와 경증환자 치료에 비대면 기술을 이용하는 일이 급증했다. 맥킨지(2020)에 따르면 코로나19는 ▷8주간 전자상거래 배송 10년 치 증가 ▷2주간 2억5000명이 온라인 수업 이용 ▷15일 만에 가상 진료 10배 증가 등의 기록을 세웠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단 두 달 만에 2년 치에 맞먹는 디지털 전환을 목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에도 이러한 디지털 전환 패러다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독일 출신의 미국의 정치가이자 정치학자 헨리 키신저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도 세계는 그 전과 전혀 같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가 세계 질서를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코로나19는 디지털 혁신 기술의 캐즘(chasm)을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 캐즘이란 제품 출시 후 초기시장을 거쳐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일시적으로 수요과 후퇴하는 단절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생활양식 전반이 디지털로 전환되며 비대면 산업이 주류 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KOTRA가 최근 발간한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비대면 산업동향 및 진출전략: 디지털 헬스’ 보고서에 따르면 안정적 생태계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는 헬스 케어와 이와 관련한 유통 부문에서 자물쇠(Lock-in)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원격의료기업 암웰(Amwell)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진료를 경험한 미국 의사의 92%, 소비자의 57%가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계속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맥킨지 또한 AI 기술의 활용 비율과 경제적 효과가 높은 산업을 여행, 소매, 수송·물류, 헬스케어 등으로 언급했으며, 세계 최대 IT·가전박람회 CES도 2020년과 2021년 주요 이슈로 디지털 헬스케어와 모빌리티, 비대면 등을 언급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CB인사이트는 포스트 코로나 10대 유망분야와 24개 유망기술을 선정했는데, 여기에도 헬스케어가 포함됐다. 디지털 헬스란 개인건강 및 의료정보, 의료기기, 의료시스템, 의료서비스를 다루는 산업분야로, 건강정보와 IT가 융합된 종합의료 서비스를 뜻한다. e헬스, u헬스, 모바일 헬스케어, 스마트 헬스케어를 모두 포괄한다. <div> </div><div><table id="news_image" class="center" width="700" align="center"><tbody><tr><td><img src="http://www.weeklytrade.co.kr/PEG/16185329744062.jpg" width="700" align="absmiddle"></td></tr></tbody></table> </div>◇한국 디지털 헬스, 어디까지 왔나 = 한국의 관련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지난해 헬스케어 분야는 경기침체 국면에도 한국의 수출 증가를 선도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3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급감했으나 같은 기간 바이오·헬스 품목 수출은 30%가 증가했다. 지난해 1~11월 보건산업 누적 수출액은 193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6.5% 늘었으며, 의약품은 74억9000만 달러로 60.1%, 의료기기는 50억1000만 달러로 40.4% 각각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진단시약 수출액이 약 2조5000억 원어치 수출되고, 한국의 감염병 진단기법이 국제표준화기구 국제 표준으로 제정되는 등 2020년은 국내 의료의 국제 신뢰도와 경쟁력이 눈에 띄게 상승한 해였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해 보건의료 분야 10대 미래 유망기술을 선정하고 한국의 기술수준을 선진국 대비 70~90% 수준으로 평가한 바 있다. 일례로 ▷바이오프린팅으로 제작된 인공장기·조직 분야는 미국 대비 90~100% 수준을 ▷손실된 인체감각을 대체하는 기기용 소재는 70% 수준을 ▷맞춤형 암 백신 분야는 50% 수준을 기록 중이다.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 지속적으로 고품질의 공공의료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점은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지식재산연구원은 의료기관별 전자의무기록(EMR) 체계가 상이하고, 개인 의료보건 데이터 처리를 위한 개인정보 보호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의료기관간 데이터의 연계·공유가 어렵다는 점이 헬스케어 서비스 상용화에 장벽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KOTRA가 해외 수출 경험이 있는 디지털 헬스 관련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동남아(24.4%), 유럽(13.7%), 중화권(12.7%) 순으로 우리 기업의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는 미국(11.7%), 일본(10.7%), 인도네시아(10.7%), 중국(8.3%) 순으로 수출이 진행 중이었다. 진출 시 현지 수요처 발굴 및 바이어 매칭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응답했으며, 시정 경쟁 동향 및 정보 부족 또한 높은 비중으로 지적됐다. 규제·정책·인증 등 현지 진입장벽도 주요 애로사항으로 언급됐다. ◇진출 전략은 = KOTRA는 우리 기업 진출이 유망한 분야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입증된 연구결과가 바탕이 된 분야, 둘째는 틈새시장을 노린 신규 분야다. 먼저 어느 정도 입증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을 만들거나 기존 의료 시스템에 손쉽게 편입될 수 있는 제품을 고민하는 전략적 접근을 고려할 만하다.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의 약물치료 앱 ‘리셋’은 충분한 연구가 축적된 분야 가운데 기존의 약물 치료로는 부족한 분야를 선택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이리듬’도 기존에 사용되던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의 단점을 보완하는 제품을 만들어 의사 처방 허가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KOTRA는 같은 맥락에서 당뇨병, 심혈관질환(CVD),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혈관운동성증상 등 만성질환과 관련한 시장도 유망할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중국은 온라인 병원 대비 만성질환 관련 온라인 시스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코로나19가 기저질환자에게 더 위협적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질병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바, 특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조언했다. 실버산업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자가 검진이 가능한 노인 전용 의료관리 플랫폼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고령자 전용 의료보험 메디케어 어드밴티지를 참고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신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도 유리하다. 특히 ICBM(IoT-Cloud-Bigdata-Mobile)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 웰니스 및 디지털 피트니스 기기 등은 상대적으로 시장 초기 단계로, 관련 테크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적극적인 IT 인프라 구축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밖에도 KOTRA는 “마케팅 보강, 현지·글로벌 기관 기술협력, 우리 기업 동반진출 등 우리 기업에 맞는 단계별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며 “주요국별 진출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 수립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KOTRA는 해외 한국관 운영, 해외진출동반사업 등으로 우리 헬스케어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기업들의 CES 한국관 참가를 지원했으며, 수출 지원 플랫폼 바이코리아(BuyKorea)를 활용해 상시 홍보관을 구축하고 글로벌 바이어를 발굴해 상담을 주선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비대면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우리 기업의 대체 시장 발굴에 힘쓰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제공해 글로벌 파트너링 활성화를 지원하고, 국내 기업 간 해외 동반 진출 지원사업도 추진 중이다.